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사람도 동물도 더위를 견디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더욱이 그늘 하나 없는 경주로를 질주하는 경주마나 기수의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 할 정도일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경주마들의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에는 얼음찜질, 냉수 마사지, 황토팩, 적외선찜질, 수영 등이 있다. 그중 제일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경주마의 수영은 단지 더위를 식히는 데만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수영을 통해 심폐력과 지구력의 향상의 효과가 있어 궁극적으로는 경주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효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경마공원에는 삼포마사와 주암마사 두 곳에 말 전용 수영장이 있다. 말 수영장은 둘레 59.7m, 직경 19m, 수심 3.3m의 원형으로 이루어진 수영장이다. 500kg에 달하는 거구의 경주마가 시원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대형 수영장이다. 말 수영장의 운영은 6월 1일부터 9월 말까지 운영되며 기간 중 일평균 150여 두의 마필이 수영조교를 한다.
경마전문가들은 수영조교가 장기 휴양마나 부상경주마, 심폐능력과 지구력이 부족한 마필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 휴양을 마친 말이나 다리에 경미한 부상을 당한 마필은 아침조교 등을 통한 무리한 운동을 하게 되면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상위험이 적은 수영조교를 택해 훈련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말 수영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은 1400m 경주로는 전력질주 한 것과 비슷한 운동효과가 있다고 하니 그 운동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영조교를 통해 실제 경주에서 그 효과를 입증했던 경우를 찾아보자. 올 해 수영조교를 시작한 6월부터 7월까지 우승마들의 경주기록을 분석 해 보면 수영조교를 한 마필이 우승 한 경주가 전체 174경주 중 54경주에 달해 확률로 따지자면 30%가 조금 넘는다. 경주에서 우승하는 마필의 우승 조건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겠지만 수영조교를 한 마필의 승률이 30%를 넘는다는 것은 분명 주목해야 할 일인 것이다.
승리한 경주의 순도 또한 대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쌍승식 100배 이상 고배당 내역을 보면 총 22회 기록되어 있다. 그 중 7회가 수영조교를 했던 마필이 1착을 기록했던 경주였다. 기간 중 500배 이상 초 고배당 경주는 총 3회가 기록되어 잇는데 이 중 1위를 제외한 두 경주의 1착마가 모두 수영조교를 했던 마필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6월 11일(일) 제 11경주에 출전한 ‘만세보세’는 2005년 데뷔 후 5경기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에게 쌍승식 1090.8배라는 깜짝 선물을 선물했다. ‘만세보세’는 54조 박천서 조교사 소속 마필로 박 조교사는 소속조 마필들에게 꾸준히 수영조교를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세보세’는 2005년 10월에 경주로에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능력검사만 3회를 받을 정도로 장기 휴양과 그에 따른 성적부진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못 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천서 조교사는 ‘만세보세’에게 격일 간격으로 수영조교를 꾸준히 시켰고 그 결과는 경주로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직전 경주까지 ‘만세보세’는 막판 직선주로에서 치고 나오는 능력이 부족했었다. 하지만 수영조교를 시킨 이후 첫 경기에서 2위를 끝까지 지키다가 4코너 이후 선두로 치고나와 그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박천서 조교사는 “수영조교가 지구력과 다리의 근육을 길러주어 막판 경쟁 마필들의 추입을 따돌릴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레이스를 평가했다. 또한 지난주 YTN배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타나미킹’도 박천서 조교사가 꾸준히 수영조교를 시켜왔었다.
올여름 무더위를 이기기위한 수영이든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위한 트레이닝을 위한 수영이든 올여름 말 수영장을 경험한 마공들을 눈여겨보자. 도심속 무더위를 피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서울경마공원을 찾은 경마팬들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선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 수영장 한 바퀴는 1400m 전력질주 효과 
